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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인물

애정 행위의 어두운 그림자 "매독" (2)

혁신의아이콘 2021. 12. 2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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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행위의 어두운 그림자 "매독" (2)

1492~1493년, 제노바 출신의 콜럼버스가 이끈 탐사단에 몸을 신고 세계를 누비던 선원들이 매독균을 유럽으로 수입해왔다는 주장은 동시대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가설이다. 물론 그 주장에 대해서는 수많은 반박과 논란이 있었다. 콜럼버스 탐험단의 선원들이 매독균을 유입시켰다는 가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콜럼버스 이전, 그러니까 1492년 이전에 이미 유럽 대륙에서 매독이 발발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도 확실한 근거가 있는 주장은 아니다. 그 시기 즈음에 매독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유해가 발굴되기도 했지만, 의학적으로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고, 매독의 발발 시기 역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신대륙 원주민들 사이에 매독이 유행병처럼 번져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는 제법 많다.

 

과학자들이 오늘날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8세기부터 매장된 시신들을 조사한 결과, 매독에 의한 골막염 증상이 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이 6~14퍼센트에 달했다. 매독 감염자 모두가 골막염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독 감염자의 수치는 그보다 훨씬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콜럼버스 이후 몇 세기 동안 백인들은 원주민들의 땅인 아메리카 대륙을 약탈하고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어쩌면 매독은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이 자신들이 당할 고통을 예상하고 백인들에게 미리 가한 형벌이었을지도 모른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매독"

1490년대 중반을 즈음하여 매독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성병은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모두들 그 앞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전파 속도나 당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매독이 콜럼버스 이전에 이미 유럽에 존재했을 것이라는 가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매독은 그 전염성과 위험성 때문에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섭고 끔찍한 질병으로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매독을 다룬 각종 글들과 예술 작품들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1496년에 매독에 걸려 온몸이 종기로 뒤덮인 농노 출신의 환자를 묘사한 목판화를 제작했다. 같은 해 독일 출신의 시인 겸 법학자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성모 마리아가 성자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의 목판화를 제작했다. 그 판화에서 아기 예수는 온몸이 종기나 농양으로 뒤덮인 매독 환자들을 향해 빛을 내뿜고 있는데, 치료를 위한 것인지 단죄를 하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한편, 마리아는 왼팔로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고, 오른팔로는 막시밀리안 1세에게 왕관을 씌워주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막시밀리안 1세는 1495년, “최근 발생한 끔찍하고도 새로운 질병, 프랑스 질병’이라고 부르는 인류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질병” 8이 인간들이 저지른 각종 범죄나 신성모독에 대한 형벌이라는 내용의 칙령을 발표한 바 있었다. 판화 속의 마리아는 그 칙령을 발표한 막시밀리안 1세에게 일종의 보상으로 왕관을 씌워주고자 했던 것 같다.

 

브란트의 목판화는 그 이후 몇백 년 동안 종교계 지도자들이 매독을 얼마나 맹렬히 비판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단은 설교나 인쇄물 등을 통해 매독이 육욕 때문에 떠안게 된 천벌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가톨릭 교단, 그중에서도 고위층들은 매독에 걸린 일반 교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심지어 여러 명의 교황들이 줄지어 매독에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교황을 필두로 한 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자신들의 무분별한 방탕을 알렸을 리는 만무하다. 스페인 보르자Borja 의 교황 알렉산데르 6세와 더불어 율리우스 2세, 레오 10세도 매독에 걸렸다. 특히 율리우스 2세에 대해서는 교황의 주치의가 남긴 문서도 존재한다. “매우 치욕스러운 말이지만, 교황의 신체 중 그 끔찍하고 사악한 정욕의 상징으로 뒤덮이지 않은 부분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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